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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어 무소속 박주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결과는 엇갈렸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으나 정 의원의 동의안은 부결됐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쇄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는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도 정비 없이 밀어붙이려다 보니 생긴 파열음이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으나 사태의 원인부터 살피는 게 우선이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예고된 참사’로 보는 게 옳다.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으나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지금 방식대로 체포동의안이 남용되면 검찰 편의주의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특정인에 대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불체포 특권 악용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동의안을 가결시킬 공산이 크고, 그것만으로도 그 정치인은 국회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극단적으로 검찰이 특정 정치인을 ‘손 보고 싶을 경우’ 국회 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만 해도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초조한 정두언 의원 (경향신문DB)
이번 동의안은 영장심사를 위한 절차다. 법원으로선 정 의원이 출두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했다고 할 수 있으나 국회 부결로 영장심사 기회조차 놓치고 말았다. 정 의원이 자발적으로 나와 실질심사를 받든, 서류만으로 구속여부를 판단하든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이 불가능해졌다. 향후 수사가 ‘성실히 임하겠다’는 정 의원의 처분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가 불체포 특권 오·남용의 전비를 털어내자며 동의안 가결을 독려하고, 검찰이나 법원 역시 전례 없는 사태로 하루 종일 허둥거린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갈망하는 시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불체포 특권은 과거 독재·군사정권 아래서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도입됐으나 의원들이 이를 오·남용함으로써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깨뜨린 측면이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는 정치권의 자업자득이고,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바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과거에 특권을 누려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권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침해되는 것도 경계할 대목이다. 불체포 특권 폐지의 당위성과 함께 우려되는 동의안 남용에 따른 폐해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뜻이 숭고해도 포퓰리즘이 앞서면 동티가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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