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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유력한 대선주자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절제된 언행,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는 자세 등 정치지도자로서의 덕목을 대중이 일정 부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가 반드시 극복·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정적 의미의 정치적 유산이 바로 그것으로 정수장학회도 그중 하나일 터이다. ‘박근혜 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을 맡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얼마전 “박 의원 본인이 정수장학회 등 아버지 시대에 있었던 어두운 부분을 대선과정에서 해소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까닭도 과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제 박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언급한 것을 살펴보면 이 문제가 이상돈 위원의 개인적 희망사항 피력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고 공익법인이며 내가 이사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현재 장학회를 맡고 있는 최필립) 이사장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에 문제가 있다면 5년 내내 바로잡겠다고 힘을 기울인 노무현 정권에서 해결됐을 텐데 왜 나한테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는 ‘이사장을 그만둔 이상 정수장학회와 관계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자, ‘정수장학회는 아무 문제가 없는 만큼 더 이상 해결하고 말 것도 없다’는 통첩으로도 읽힌다.
(경향신문DB)
알려진 대로 정수장학회는 박 의원의 양친인 박정희·육영수의 이름 중에서 ‘정’과 ‘수’자를 딴 것이며,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정권이 고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자진헌납’ 형식으로 강탈해서 만든 장학재단이다. 물론 정수장학회가 군사정권의 강압행위로 탄생했지만 일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익재단인 데다 원 소유주인 김지태씨의 유족에게 주식을 반환해야 할 법적 시효도 지났다. 따라서 ‘나는 장학회와 관계없다’는 박 의원의 주장이 적어도 형식논리에서는 틀린 것이 아니다. 그가 ‘법치국가’를 운위한 까닭도 이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법치국가의 ‘법치’는 원래 지배자의 초법적 자의적 통치행위를 법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개념이다. 국가권력이 불법적으로 강탈한 시민의 재산을 법적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계속 움켜쥐고 있다면 이러한 법치국가의 이념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박 의원이 정수장학회를 김지태씨 유족이나 사회에 환원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더라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장학회의 이사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의 정치적 도덕적 의무는 있는 셈이다. 일종의 ‘정치적 장물’을 토대로 조성한 기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박 의원이 그토록 강조하는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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