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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다시 도보 행진에 나섰다. 지난 26일 경기 안산을 출발한 유족들은 진도 팽목항까지 19박20일간 걸을 것이라고 한다. 영하의 혹한 속에 다시 대장정에 나선 까닭은 오로지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유족들의 간절한 비원을 경청하기는커녕 외면하고 폄훼하려는 세력이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 활동에 딴죽을 걸고 나선 정부·여당이 그러하다. 세월호특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됐던 공무원들을 새누리당과 일부 부처가 합작해 철수시켰다고 한다. 특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예고된 측면이 짙다.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에서부터 특위 위원 추천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유가족과 대립하며 발목잡기식의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16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은 특위를 겨냥한 공세의 신호탄과도 같았다. 김 부대표는 특위 사무처 규모가 비대하다고 주장하며 “세금도둑”이란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틀 후,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황전원 특위 위원이 설립준비단 예산요구액을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더니 새누리당 추천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해체안은 부결됐으나 조 부위원장은 파견공무원 소환을 요청했고,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는 기다렸다는 듯 원대복귀시켰다. 이 때문에 특위 출범 작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라고 한다.

서울 반포동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 사무실 컴퓨터 위에 27일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철수하면서 두고 간 노란 배지가 놓여 있다. (출처 : 경향DB)


집권세력의 속내야 짐작 못할 바 아니다. 세월호특위 규모와 예산을 축소하고 출범 시기를 지연시켜 특위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세월호 문제를 정치쟁점화함으로써 특위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격하하려는 시도일 터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부·여당을 향한 의구심은 커지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질 게 분명하다. 도대체 무엇이 겁나서 사사건건 특위의 발목을 잡는가. ‘절대로 밝혀져선 안될’ 그 무엇이 있기라도 한 건가. 진실이 드러나면 정권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세월호특위는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수장된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가림으로써 비극의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이러한 특위의 임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특위를 정쟁 소재로 몰고가는 세력은 용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세월호특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철수한 공무원들을 설립준비단에 복귀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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