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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열고 3가지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부터 아예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임시할인처럼 현행 3단계 누진제를 유지하되 구간을 늘리거나, 2단계로 줄이는 방안,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다. 정부는 누진제 개편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이 9951~17864원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개편안을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개편은 요금 인하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개편안 가운데 현행 3단계 누진제를 유지하는 방안은 누진제 구간이 늘어나면서 현재와 똑같은 전기를 사용하고도 가구가 내는 전기료는 줄어들게 된다. 또 누진 단계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경우 다소비 가구는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방안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르는 경우가 있으나 대체로 요금을 내리는 쪽이다. 더욱이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방안까지 들어있다. 에너지 소비량 감축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다. 과연 지속 가능한 에너지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

한국의 에너지 과소비는 누누이 지적돼 왔다. 한여름에 에어컨을 켠 채 출입구를 열고 영업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전기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기료는 주요 국가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전기소비는 2배가 넘는다. 1인당 연간 전기소비량이 영국은 4800kWh인데 한국은 1만kWh다. 문제는 공공성을 이유로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료가 낮으니 에너지효율 혁신이나 에너지 사용 절감의 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기료를 올리면 그만큼 전기사용이 줄고, 추가로 발전소를 짓는 것만큼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에너지 절감에는 눈감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이 전기료 인하로 인해 늘어난 한전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폭염에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개편요구가 폭발하자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편안은 근본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에너지 문제의 한 축은 값싼 전기요금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는 이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크지만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대책은 별도로 세워야 할 것이다. 차제에 가정용보다 더 낮게 책정된 산업용 전기료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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