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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상 짝수 달인 6월에는 임시국회가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가 풀리지 않으면서 국회는 개회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 파행을 끝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양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을 놓고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의 합의 처리’를 못 박아야 국회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무효화를 뜻하는 ‘합의 처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 한국당발 막말이 연일 쏟아지고, 여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갈등의 골만 깊게 패는 양상이다. 두달 가까운 국회공전도 모자라 6월 국회마저 개점휴업에 빠질 목전이다.

올 들어 국회는 온전히 열려 본 적이 없다. 3월 중순에야 첫 본회의가 열렸을 정도다. 4월 국회를 빈손으로 보낸 데 이어 5월 국회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대한민국의 입법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20대 국회(2016년 5월30일~2020년 6월2일)에 접수된 법률안·예산안·결의안 등 의안의 본회의 처리율은 29%에 불과하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불렸던 19대 국회(42%)에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국회 휴업이 길어지면서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경제 법안들은 먼지만 쌓이고 있다. 당장 강원 산불과 포항지진, 미세먼지 등과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은 40일째 국회에 묶여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 택시·카풀 관련 법안, ‘유치원 3법’ 등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단독 국회 소집’을 일단 유보하고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다. 사실 여당 단독이나 여야 4당이 국회를 소집해도 제1야당이 응하지 않으면 국회의 정상 가동이 어렵다. 진정 민생을 걱정한다면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당이 상대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패스트트랙 철회’ 조건부터 거둬들이는 게 먼저다. 패스트트랙은 민주당 단독이 아닌 여야 4당 간 합의로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이 ‘유감 표명’과 ‘패스트트랙 법안의 합의 처리 노력’을 수용한 만큼,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회 등원에 무슨 특별한 명분이 필요한가. “민생을 위해” “국민을 위해”보다 더 큰 명분은 없을 터이다. 국회를 정상화할 일차적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지도부 회담 등 야당을 설득하는 데 좀 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야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통 큰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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