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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의 내부 고발로 드러난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은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발단은 제주지검 ㄱ검사가 지난 6월12일 법원에 청구한 사기 혐의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주지검 간부들이 ㄱ검사 모르게 회수한 것이다. 상급자 결재가 없어도 영장은 유효하지만 당시 ㄱ검사는 부장·차장검사 결재까지 받아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 접수된 영장이 회수됐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지만 담당 검사 몰래 그런 일이 이뤄졌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의 영장이 청구된 사건의 변호인은 검찰 출신 김인원 변호사로 이석환 당시 제주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생(21기)이다. 영장 회수 직후 ㄱ검사는 해당 사건 수사를 종결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고 한다. 전관예우를 의심한 ㄱ검사가 대검찰청에 감찰을 요청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검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를 광주고검에 넘겼다. 직권남용 가능성이 있는 비위는 대검 특별감찰단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사이 이 지검장은 청주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제주지검은 “영장을 되찾아온 사실을 ㄱ검사에 알리지 않으면서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단순 ‘해프닝’으로 사건을 축소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검찰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한지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결단을 내린 ㄱ검사에게 격려를 보낸다. 상을 받아도 부족한 ㄱ검사는 광주고검 감찰 과정에서 “부장, 차장, 검사장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결재권자와의 의견 차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취조를 당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검찰은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새로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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