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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돼온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이 좌절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녹지병원 측이 현행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겨서도 개원하지 않았고 개원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며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녹지병원 설립 취소는 지난해 12월5일 제주도가 허가한 지 4개월 만이다. 영리병원이란 성격과 병원 설립 과정에서의 잡음과 의혹, 반대 여론에 비춰볼 때 제주도의 허가 취소는 당연하다. 

2017년 8월,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때부터 논란이 거셌다. 녹지그룹은 중국 부동산개발회사로, 영리병원 신청에 앞서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에 개발업자로 참여했다. 시민단체는 일찍부터 부동산개발업체가 영리병원에 뛰어든 사실을 주목하며 병원 운영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부실한 사업계획서도 도마에 올랐다.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제주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통해 여론 수렴에 나섰고 ‘허가 반대’가 58.9%로 찬성 비율(38.9%)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그러나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의 결론을 뒤엎고 행정의 신뢰성, 대외 신인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이후 녹지병원 측이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방침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제주 영리병원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녹지병원 측은 지난 2월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허가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또 이번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서도 법에 호소할 수 있다. 제주 시민사회는 녹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지병원 측의 반대로 쉽지는 않다.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송도에 세우려다 백지화됐고, 2014년에는 중국 싼얼병원의 영리병원 진출을 논란 끝에 불허했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병원이 고급화하고 의료서비스가 향상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진료비 상승으로 의료의 질이 양극화되고 건강보험 중심의 공공의료 체제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는 더 이상 영리병원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도 지역발전을 앞세워 의료공공성을 외면하는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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