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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안모씨(42)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70대 남성과 60대 여성 등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씨는 유일한 대피로인 계단 2~4층을 오가며 무방비 상태의 주민들을 살해하고 상처를 입혔다. 사망자 중에는 12세 여자 초등학생과 18세 여고생도 포함돼 있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수사 당국은 엄중한 수사와 처벌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씨는 폭력 전과와 함께 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아파트에 살면서 평소에도 이웃집·승강기에 인분 등을 뿌리는가 하면 욕설과 폭행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숨진 여고생은 안씨가 따라다니며 괴롭히기까지 해, 가족들이 지난달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올 들어 안씨의 행패·폭행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된 것만 7차례나 됐다. 이런 사정을 보면, 안씨의 방화·살인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법무부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안씨 출소 후 조현병 치료와 관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경찰이 적극적인 범죄예방조치를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7일 오전 방화·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소방차 너머로 불에 검게 그을려 있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허술한 안전망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전체 살인사건에서 사회 불만에 따른 우발적 살인 비중은 2015년 38%, 2016년 39%, 2017년 42%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성신여대역 행인상대 칼부림사건’ ‘부산 범천동 고시텔 방화사건’ ‘진주 70대 노인 무차별 폭행사건’ ‘부산 대학생 피습사건’ 등 충동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10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 우려자에 대한 등록의무화와 정보의 공유·치료가 우선 시급하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체 중증정신질환 환자 중 정신보건시설 등에 등록한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스토킹범죄 처벌법’ 등의 시행도 서둘러야 하고, 경찰청 예규에만 언급된 ‘우범자 관리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임세원법’ 시행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연계·외래치료명령 등이 가능해지지만 본인 동의가 없으면 강제 치료나 관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우리 사회의 부조리, 불평등, 빈부격차와 함께 성별·이념·계층·세대 간 갈등 치유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묻지마 범죄’에 의한 사회적 약자의 허망한 죽음을 일부라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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