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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에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을 중국 측 경호원들이 집단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14일 문 대통령의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격려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 경호원들은 한국 기자들이 행사장 출입 비표를 보여줬는데도 출입을 막았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10여명이 에워싼 채 집단 폭행했다. 일부 경호원은 이 기자가 쓰러지자 발로 얼굴을 걷어차기도 했다. 부상당한 이 기자는 어지럼증과 구토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측 경호원들은 다른 한국 기자 2명도 멱살을 잡고 뒤로 잡아당겨 넘어뜨려 부상을 입히거나 카메라를 빼앗기도 했다. 

중국외교만행규탄시민행동모임 등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단이 중국측 경호원들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해외 언론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취재 방해를 넘어서서 집단 폭행한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에 폭행당한 한국 기자들은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을 수행·취재하고 있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다. 설령 한국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집단 폭행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한국 기자들을 폭행한 중국 측 경호원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계약한 중국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라고 한다. 이 경호업체는 중국 공안의 지휘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측 자체 행사지만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청와대 경호실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중국 측 경호원과 한국 기자 사이에 몸싸움이 계속됐지만 사전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와대 직원들이 “물리적 충돌 징후가 계속 보이니까 신경써달라”고 몇 차례 얘기했는데도 “중국 경호팀이 매우 협조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에 폭행당한 기자들은 사실상 문 대통령 방중대표단의 일원이다. 청와대 경호실은 폭력사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한·중 양국의 정부와 정치 지도자는 물론 시민도 양국 시민 감정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절제와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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