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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최근 광역의회에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하고 지방의원 의정비를 최소한 매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만큼 올리는 쪽으로 지방자치법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나름대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들고 있지만 지역주민이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설득력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당사자인 지방의원들만 박수를 치며 환영할 뿐이다. 그동안의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 유 장관이 불쑥 총대를 메고 지방의원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고 나선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유정복 (경향DB)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은 애초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유급제를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2006년부터 1인당 연간 4000만~6000만원대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유급제가 해결되자 광역의회는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의회는 편법으로 사실상 유급 보좌관인 청년인턴을 채용하려 하거나 유급 보좌관 도입을 명시한 조례를 제정했다가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고 지방의원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보좌인력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는 보좌인력을 주면서 지방의원에겐 안 준다는 것은 중앙 위주의 사고방식”이라고도 했다. 유 장관이 과연 지방의회나 지방의원이 하는 일과 활동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천만원씩의 의정비가 아까울 정도로 활동이 미미한 의원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외유성 해외연수는 꼬박꼬박 가고 국민권익위가 부패 방지를 위해 마련한 ‘지방의회 행동강령’을 제정한 지방의회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현재 지방의회나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의원에게 1인당 연봉 수천만원씩의 유급 보좌관을 두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방재정만 축낼 뿐이다. 매년 지역사회에서 의정비 인상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의정비를 매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만큼 자동으로 올리고 4년마다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많다. 지방자치 관련 제도를 고치는 일은 지방의원이 아니라 철저히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고치기 전에 지역주민이나 국민 여론부터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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