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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와 자사고 폐지와 관련하여 교육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외고와 자사고라는 주장과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위한 작은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느냐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제34조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 일반전형이나 특별전형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시행되는 시험이 수학능력시험이다. 그런데, 제34조의2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성적 외에 국가는 대학의 학생선발이 초·중등교육의 정상적 운영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의 채용 및 운영을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수능시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렇듯 수능시험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근래 들어 수능 정시전형이 축소되고, 수시에서도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이었던 특기자전형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인기는 이미 예전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특목고입시 전문 학원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이다.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재학생들 중에서 일반고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중학교 졸업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해서 수능점수를 잘 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내신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반고가 나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유형의 학교로 진학했는데 대학진학을 이야기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평범한 학교에 추첨배정을 받은 학생은 높은 내신등급에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도 많아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자사고와 그 지역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일반고에 배정된 친구는 내신경쟁에 몰두하느라 학생부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이란다. 결국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몇몇 학교에 몰려있다 보니 그 외의 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내신등급 관리는 물론 각종 교내 활동에도 여유 있게 참여해서 학생부전형에 딱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단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와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고, 정부에서는 폐지강행으로 대응할 것 같다. 그러나 폐지강행보다는 입시전형에서 수능과 학생부전형을 보다 조화롭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부 잘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의 길을 일부 열어주고, 학생부전형을 통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고등학교 교실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입시전형의 개혁에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해내지 못했던 교실의 정상화가 학생부전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성적과 학교활동이 입시의 중심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상당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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