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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총과 전교조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22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조선일보가 24일 사설에서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쟁점이 무엇일까? 교원성과급제도다. 교총과 전교조가 폐지를 주장하고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했다. 이들이 직접 논쟁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굳이 논쟁이라 부른다면 이 논쟁은 가짜다. 허구 위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교총과 전교조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교육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교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수업을 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이런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교총과 전교조가 성과급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단하게 대립한 거 같지만 이들의 대립은 가짜다. 성과급제도로 인해 교사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조금도, 눈곱만큼도 아니다. 진실, 아니 사실은 무엇인가? 그 어떤 경쟁도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경쟁, 즉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경쟁은 더더욱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숫자로 0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급제도가 불러온 것은 무엇인가? 소모적 갈등이다. 이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고, 저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어야 하나? 부장교사의 점수는? 담임교사의 점수는? 이런 것을 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교사들이 심하게 싸운다는 얘기는 아니다. 교사들의 인격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싸워서 얻는 이익에 비해 갈등은 약한 편이다. 물론 교사도 인간인지라 성과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적 의미에서의 경쟁이 아니다. 어떤 일을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 그런 경쟁이 아니다.

교총·전교조와 조선일보의 대립은 거짓된 사실 위의 대립이다. 그들은 왜 평범한 교사들이 다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각자의 익숙한 가치관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교총·전교조는 교사들의 경쟁을 무작정 나쁘게 보려 했고, 조선일보는 무작정 좋게만 보려 했다. 그러한 관점으로 현실을 재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진실을 드러내긴 했다. 실제로 교육은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함부로 경쟁을 도입하면 큰 일 난다. 하지만 교육 분야도 사람 사는 곳이다. 경쟁이 없으면 썩는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지나치게 얽매였다. 자신들의 가치관에서 자동적,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얘기를 하느라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못했다. 성과급제도가 그 어떠한 경쟁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 드러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였다.

국민이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똑바로 된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조선일보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에 손해만 될 뿐인 최악의 엉터리 제도를 옹호하게 된다. 양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아, 그래도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경쟁을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교원성과급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하니 말이다. 아니, 조선일보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교육을 위한 경쟁이라는 단서를 단다면 어쨌든 교사들 간 경쟁이 더 심해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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