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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비선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다짐을 신뢰할 국민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전날 청와대 당·청 오찬에서 국정을 뒤흔드는 ‘비선 의혹’이나 청와대 운영 문제에 쓴소리는 한마디 없이, 경쟁적으로 낯뜨거운 ‘박(朴)비어천가’를 불러댄 새누리당 지도부다. ‘비선 의혹’의 한복판에서 열린 당·청 회동임에도 수습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시중의 민심을 전달하는 기본 책무조차 외면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비선의 국정개입을 믿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국정운영이 근인이라고 보고 있다. “루머”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강변에도 불구, 민심이 왜 이러는지를 정확히 전함으로써 대통령이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여당의 몫이다. 여당의 ‘소통 기능’이 고장 났으니,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언행이 자꾸 민심과 동떨어지는 것이다.

‘비선 의혹’이 터진 뒤 새누리당은 줄곧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본질에는 눈을 감고 곁가지에만 열을 올리거나, 아예 “입이 없다”(이완구 원내대표)고 회피했다. 비선의 국정농단 의혹을 확인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증언이 나왔을 때도 심각성을 자각하기는커녕 “인간 됨됨이” 운운하며 ‘대통령 경호대’ 노릇에 급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이라는 박 대통령의 노기(怒氣) 어린 행동지침이 떨어지자, 새누리당은 “찌라시”를 복창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지도부는 일제히 “국정 흔들기 중단”을 외치고,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찌라시에 국민이 더 이상 관심을 안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외려 국민을 훈계하려 들었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란 얘기를 듣는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하는 정의당 당원들 (출처 : 경향DB)


이제 ‘비선 개입’과 문건 유출·기강 해이 등 청와대 난맥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교정되기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통령 바로 옆에서 벌어진 비선의 국정개입과 인사 전횡에 대해 남 탓만 해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요지부동에 비춰 총체적 책임이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문고리 3인방’ 퇴진 등 쇄신 조치도 물 건너간 듯하다.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불투명한 국정운영이 도마에 올랐을 때 여당이 제역할을 다했다면 사태가 여기에 이르지 않았을 터이다. 청와대가 자체 정화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여당마저 민심을 직시하지 않고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으니 비선 권력이 국정을 농단하는 한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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