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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MERS·메르스)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현시점에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환자 치료와 산발적 환자 발생 가능성에
주도면밀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게는
국가적 재난도 지나고 나면 쉽게 잊는 집단 망각의 악습이 있다. 그런 현실을 고려하면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은 이때가
오히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메르스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초동 대처의 실패다. 방역 당국의 감염기준과 격리
대상의 범위에 결함이 있었고, 이로 인해 소위 ‘슈퍼전파자’를 가려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 기술적 결함만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이윤 논리, 소통 부재가 근원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경기도 구리시 카이저병원에서 22일 방호복을 입은 한 119 구급대원이 입원 환자 이송 준비를 마친 뒤 생수로 얼굴을 씻어 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근혜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직접 다루는 의학 분야에서조차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위 돈 되는 임상의학에만 앞다퉈 투자했다.
대형병원들마저 응급실 감염관리를 못했고 감염병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메르스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중앙과 지방 정부, 병원, 일선 보건소 간 위기 시 소통 부재는 환자를 양산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환자 발생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아 80명이 넘는 감염자를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신종 플루 사태 후 나온 ‘2009~2010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 백서’는 현 정부의 감염병 관리 문제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공개한 이 백서는 “감염병 검진 지연을 막기 위해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일선 보건소 간 소통 및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정부가 바로 직전 정부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무시한 결과, 메르스 사태를 맞은 것이다.
국가적 경고음이 두 차례나 울린 뒤 발생한 재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정부 시스템과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경각심을 갖고 최우선으로 챙긴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행정 구조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드는 일이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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