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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이며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실 철도와 도로 현대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정상회담 때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이고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이 분야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이 연내 착공이라는 시한까지 제시함으로써 관련 사업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이 같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건설업과 관련 산업, 관광업 등 직간접으로 연관된 산업 분야의 경제적 효과가 크게 발생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한 국책 연구기관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철도·도로 연결, 지하자원 개발 등으로 향후 30년간 적어도 17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산업의 특수와 함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모든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한 전제가 바로 도로의 연결이라는 점이다. 북한 도로의 총연장은 2만6000여㎞이지만 포장률은 26.5%에 그치고 있으며 평탄 수준이 낮고 시설이 낙후돼 있어 주행속도가 시속 50㎞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고속도로는 100% 포장됐다고 하지만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즉 금강산관광이나 지하자원 개발도 먼저 도로가 제대로 닦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기계 R&D와 시험·인증, 인력양성사업을 맡고 있는 건설기계부품연구원으로서는 북한의 건설기계 신규 인프라 구축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한화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3년간 20조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8000대 이상의 굴착기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중국산 노후장비가 대부분인 북한 건설현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신형 굴착기가 들어간다면 이를 다루는 조종사와 정비인력 역시 상당수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건설기계 조종사의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조종사뿐 아니라 숙련된 정비사도 현장에선 구하기 힘들다. 3D업종의 기피로 젊은층의 신규 진입이 줄고 숙련자는 고령층으로 일손을 놓게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에서도 실직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건설기계 중장비 면허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면허를 갓 딴 초보운전자가 아닌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는 숙련자다. 우선 급한 대로 면허에 필요한 교육을 수료하지만 이들이 안정적 수입을 거두려면 적어도 2년 이상 밑바닥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게 된다면 건설기계 숙련자의 대량 공급 문제가 당장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우선 도로를 통한 수송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건설기계 숙련자의 양성이다. 지금부터라도 건설기계 조종 고급 및 정비기초반을 인력양성과정으로 만들어 남북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최준묵 | 건설기계부품연구원 대외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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