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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교육농단 사태는 대학 체육특기자 제도가 부정입학의 창구로 악용돼 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도 연세대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한 이후 학사경고를 3번 받고도 제적당하지 않고 졸업해 체육특기생 학사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드러난 바 있다. 한마디로 대학은 체육특기생 학사관리를 방치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할 학칙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던 셈이다.
교육부가 29일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국체대 등 전국 17개 대학의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를 조사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로 엉망이다. 체육특기생에 대한 제대로 된 학사관리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학사부정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경향신문DB)
교육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총장 결재’ ‘학생 이익 우선적용’ 등을 이유로 제적을 당하지 않은 체육특기생이 4개 대학 394명에 달했다. 5개 대학은 군 입대와 대회 출전 등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은 체육특기생에게 대리 시험과 대리 과제 제출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줬다. 9개 대학은 체육특기생이 프로구단에 입단해 수업과 시험에 참여하지 못했는데도 출석과 학점 취득을 인정했다. 일부 체육특기생들은 병원 진료 기간과 입원일수를 고쳐 수업에 빠지고도 학점을 따냈다. 6개 대학에서는 체육특기생이 장기간 입원을 했거나 재활치료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는데도 학점을 줬다.
교육부는 학사관리를 제대로 못한 대학에는 행정조치하고, 대리 시험을 치르거나 병원 진료기록을 위조한 혐의가 있는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학점취소는 물론 형사고발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무너진 대학 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허둥대는 ‘뒷북 행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체육특기자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학력수준과 출석률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하고, 체육특기자의 학사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둬야 할 것이다. 또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과 더불어 대회 성적이 지상 목표인 엘리트 체육 교육 시스템의 폐해도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은 ‘학업은 뒷전이고 운동만 잘하는 체육특기생’이 아닌 ‘공부하는 체육특기생’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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