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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이게 나라냐”며 시민들이 촛불을 든 지 29일로 꼭 2주년을 맞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비리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진행됐다. 하지만 그동안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가치가 얼마나 구현되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적폐청산은 지지부진해 국정농단의 잔재를 다 걷어내지 못했다.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는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혁명’의 성과로서는 너무나 초라하다.

촛불집회는 단순히 정권 하나를 바꾸자는 게 아니었다. 촛불집회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고 반칙과 특권을 해소해 달라는 사회개혁 운동이었다. 무능한 정치권을 대신해 시민이 집단지성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명예혁명이었다. 하지만 2주년을 맞은 촛불혁명의 성과는 미흡하다. 민주주의는 표류하고 있고, 부의 대물림과 기회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은 요원하다. 다수의 의견이 존중되면서도 소수·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다원화 민주사회는 더디기만 하다. 정책 결정과 집행에 대한 시민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 촛불집회의 성과라고는 남북관계 진전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기득권 의식으로 뭉친 세력은 아직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7일 저녁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온전한 적폐청산’을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아 개최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정신이 실종된 데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책임이 크다. 두 당은 시민이 되찾아준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민생 개혁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에 걸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유능한 집권세력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등 민생 분야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책으로 혼란을 자초했다. 도리어 적폐세력의 목소리만 키웠다. 제1야당 한국당의 모습은 더욱 절망스럽다. 성찰은커녕 촛불정신을 거스르며 적폐청산을 가로막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놓고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적청산조차 하지 못한 채 촛불혁명에 맞선 태극기 세력을 끌어안고 있다. 북한과 핵 협상을 벌이는 미국도 인정하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혼자 부인하고 있다. 색깔론에 기대 억지를 부리는 태도가 과거 보수당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권과 사회 모든 세력은 촛불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무한책임으로 촛불시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진지한 태도로 야당과 협치를 모색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한국당도 시민의 요구에 부응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성찰하고 변화하지 않는 정치세력을 지지할 시민은 결코 없다. 오늘의 상황은 촛불시민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일상적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 1년 전과도 다른 실망감이 촛불시민들을 엄습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가치가 완성되지 않는 한 촛불은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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