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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성접대 강요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왜 변죽만 울리다 끝났는지를 보여주는 부실수사의 실상이 드러났다.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 28일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경찰 수사가 얼마나 건성으로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 장씨의 주거지 및 차량 압수수색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57분에 불과했다. 장씨의 옷방과 들고 다니던 가방은 수색도 안했다. 침실 여기저기에 수첩과 메모장이 많았으나 달랑 다이어리와 메모장 1권씩만 압수했다. 가방 안이나 립스틱 보관함에 있던 명함도 압수하지 않았다. 장씨의 행적과 억울한 죽음의 동기를 확인할  중요 자료를 눈앞에 두고도 지나친 꼴이다. 애초 수사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은 또 장씨의 휴대전화 3대의 통화내역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컴퓨터 등 핵심 자료를 수사했다면서도 이를 수사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수사검사가 최근 제출한 통화내역은 편집본인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0월 29일 (출처:경향신문DB)

당시 검경의 수사는 사건의 핵심인 성접대 강요는 하나도 파헤치지 못한 채 곁가지만 하다가 서둘러 종결됐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사주 관계자 등 언론계와 재계, 금융계의 유력 인사들에게 술접대나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수사기관은 그러나 장씨가 강요로 성접대를 하게 된 경위와 인물은 규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힘센’ 인사들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엉터리 부실수사에 은폐 의혹까지 확인된 만큼 ‘장자연 사건’ 재조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실제 성접대가 있었는지, 관련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았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다. 공소시효 등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어둠의 시대가 유예한 ‘장자연 사건’의 진실, 사건이 덮어졌다면 어떤 세력들이 덮었는지 그 실체를 이제는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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