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월호 참사로 학생과 교사들이 희생된 단원고에 대해 당국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일반고인 단원고를 외국어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국비지원을 신청했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김진명 교장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다. 단원고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갑자기 학교 이름과 성격을 바꾸고 교장을 문책한다고 하니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단원고를 외고로 전환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고 이미지 때문에 학생 지원이 줄고, 강제 배정된 학생들도 다른 학교로 전학갈 것으로 예상되며, 학생들의 자긍심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도 일리 있는 말이라 할 수 없다. 단원고는 불의의 사고를 만나 억울한 피해를 입었을 뿐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나빠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단원고 학생들로 말하자면 배가 바닷속으로 기울어가는 위기의 순간에도 안내방송을 믿고 침착하게 행동하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한 착하디착한 아이들이다. 학생들의 자긍심이 왜 떨어지며, 무엇 때문에 기피 학교가 된단 말인가. 단원고 교정에 한동안 남아있을 무거운 분위기를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학교의 설립목적을 바꿔버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현실적으로 외고는 시·도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영어성적 우수학생에게만 입학기회를 주기 때문에 안산의 서민층 학생들에겐 가까운 학교 하나를 빼앗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단원고 앞에 쌓이는 아쉬운 마음


단원고 교장에 대한 직위해제도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원인이 무엇이든 교장에게 관리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배에서 일어났다. 배에선 교사도 한 명의 승객으로 선원의 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 학교가 책임져야 할 사고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같이 배를 타고 가던 교감은 단지 살아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장은 세월호에 동승하지 않았지만 슬픔과 자책감은 누구보다 클 것이다. 이제 와서 굳이 자리에서 내쫓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교장에게는 책임을 묻는다면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기도교육청은 왜 아무 책임을 안 지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 사고의 교훈을 잊지 않으면서 단원고의 아픔을 치유하는 쪽으로 가야 할 세월호 대책이 공무원들의 안일한 탁상행정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