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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주한미군 철수 및 재벌해체론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의는 어제 보고서를 내고 진보적 가치의 혁신과 새로운 비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대북관과 대북정책, 한·미동맹, 경제공약 등 전반에 걸쳐 당이 새롭게 지향해나가야 할 바를 제시했다. 파격적인 내용들이다보니 당권파 일각에선 ‘백기투항이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통진당의 새로나기는 특위가 밝힌 대로 ‘대북관과 대북정책, 한·미동맹 문제에 있어 정당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출발한다. 그런 맥락에서 3대 세습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북한의 특수성을 이유로 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철수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비핵화가 달성된 뒤 실행해야 한다는 강령은 옳지만 즉각 철수와 해체 주장으로 오해받은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표적 경제공약인 재벌해체론 역시 현실성, 타당성을 감안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간 종북주의의 근거로 공격당해온 지점들에 대한 대대적 수술을 천명한 셈이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노동 없는 진보정치’라는 비판에 대한 화답도 눈에 띈다. 미조직, 비정규, 영세노동자, 청년 노동 등으로 노동계층을 위한 가치를 확장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이 재벌기업 노조들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득권 세력화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는 통진당이 4·11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얻었으나 노동과 진보정치의 분리를 초래해 전통 기반인 ‘영남진보벨트’의 패배를 불렀다는 자체 진단과도 맞물려 있다. 몇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내부 논쟁을 거친 결과인 만큼 당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보고서는 아직 비주류가 중심이 된 혁신위 견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당권파들이 동의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통진당이 수구적 진보의 모습에서 탈피해 대중과 눈높이를 맞춤으로써 진보의 가치를 재구성하려는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는 결코 폄훼되거나 경시될 수 없다. 이념 중심의 진보정치가 퇴색하고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진보정치의 진전을 위해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런 노력들이 구체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진보진영은 물론 국민들도 관심과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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