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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둔 공무원의 사회적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공로연수제도가 예산만 축내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12~2016 국가직·지방직 공로연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가직 1752명, 지방직 3658명에 대해 공로연수 명목으로 2502억원이 지출됐다. 1인당 4626만원으로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금액이다.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임금보다 높다. 2014년에는 1821억원(4575명), 2015년에는 2097억원(4975명)이 지출된 것을 포함해 최근 3년간 6420억원에 달한다.

정년까지 1년이 남지 않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정을 감안할 때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공무원 재교육 프로그램이 퇴직 전 ‘놀고 먹는’ 휴양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인사혁신처 예규에 따르면 연수자들은 각급 교육기관에서 60시간 이상의 퇴직 준비교육 계획을 짜고 참여하도록 돼있으나 대부분 참여하지 않는다.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기 때문이다. 등산이나 다니며 논다는 말이 파다하다. 이를 증명하듯 각 부처가 지원한 연수비 지원 내역을 보면 헬스클럽, 요가, 노래교실 등이 있다. 사실상 공무원이 세금으로 유급휴가를 간 것이다. 개인적인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라고 세금을 지원해 준 것은 아닐 것이다. 공로연수제는 이름을 달리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나 실태는 대동소이하다.

이뿐 아니다. 공로연수제도는 ‘인사적체 해소’ 방안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후배에게 길을 터 준다’는 명분을 들어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강제연수 보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강제연수 보내려는 지자체와 이를 거부하는 공무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공무원 공로연수제도의 부실한 관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세금의 씀씀이를 줄이려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놀고 먹으며 낭비하는 일은 묵과할 수 없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로 공로연수제 대상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입에 발린 말로 얼버무리려 해선 안된다. 퇴직공무원의 놀이터로 전락한 공로연수의 전면개편에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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