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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마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스포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의정부지검은 어제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강동희 감독을 소환조사한 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부조작의 무풍지대였던 프로농구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인 강 감독의 비리 의혹은 농구계는 물론 스포츠팬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출두하는 강동희 감독 (경향신문DB)
승부조작은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2011년 국가대표를 포함한 51명의 프로축구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선수가 자살하는 소동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프로배구·야구 선수들이 브로커에게 뒷돈을 받았다가 문제가 됐다. 농구계도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징후는 농후했다. 그러나 농구연맹은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강 감독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수들의 승부조작을 감시해야 할 지도자가 직접 비리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우선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1000여개 사이트가 성업 중인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은 연간 10조원 규모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와 지도자 및 협회 간에 학·지연으로 엮여 있는 스포츠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신무장만으로 브로커의 농간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포츠계의 해묵은 ‘져주기 의혹’도 손볼 때다. 플레이오프 진출 순위가 확정된 뒤 상대하기 편한 팀을 고르기 위해 고의로 승리를 헌납하는 구태가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을 목적으로 시즌 막판 경기를 포기하는 관행도 문제다. 이 같은 행태도 사실상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나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다. 거대한 둑이 무너지는 것도 알고 보면 실구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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