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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연일 한국과 미국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적십자 중앙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탈북한 북한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발언을 비난한 데 이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의 공세에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가 연기된 데 이어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2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의 공세가 비핵화 판 자체를 흔들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위성관측에 따르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폭파 관측을 하기 위한 전망대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한국 취재진의 접수를 거부했지만 다음주 핵실험장 폭파를 예정대로 하겠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북한의 강경 조치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분위기에 적지 않은 우려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이 ‘선 핵포기, 후 보상’을 강요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역시 한편으로 북한을 달래면서도 언제까지 인내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긴급통화한 것이 상황의 절박성을 잘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한·미 정상이 20분간의 통화 후 곧바로 비핵화 달성 의지를 재천명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21일 방미길에 오르는 문 대통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다. 북한의 압박을 미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고집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합의 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한국형 경제발전모델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할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보상책을 명확히 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뒤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미국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의 ‘중국 책임론’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나라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북한과 중국이 연대해 한·미와 대결하는 구도가 연출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게 처신하되 대담한 발상으로 난국을 돌파하고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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