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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사실상의 ‘집단휴원’을 강행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3일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회불안을 증폭시키며 교육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개학연기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날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대책회의에서, 개학연기 강행 시 시정명령을 거쳐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키로 한 결정을 겨냥한 것이다. 한유총은 개학연기가 준법투쟁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불법적 탄압을 계속하면 폐원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개학일을 미루는 것일 뿐 집단휴원은 아니라더니, 이제는 폐원까지 거론하며 시민을 협박하는가.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이토록 들어맞기도 어려울 것이다.

3일 오전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밝힌 서울시의 한 유치원의 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권도현 기자

한유총은 회계비리 시 형사처분 등의 내용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교육부가 3일 공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의 81%가 유치원 3법 통과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유총의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은 22.9%에 불과했다.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성공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교육부 집계 결과 개학연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사립유치원은 381곳(3일 오후 현재)으로 조사됐다. 연기 여부를 밝히지 않은 유치원도 233곳에 이르는 만큼 개학을 미루는 유치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긴급 돌봄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보육대란이 현실화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개학연기를 주도한 한유총 지도부는 물론 참여한 유치원 모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이의 학습권, 부모와 가족의 일상을 뒤흔든 이들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서울·경기·인천 교육감이 밝힌 대로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조치도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한유총은 교육단체로서의 위상을 누릴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학부모들도 불안하고 당혹스럽겠지만 교육당국의 안내에 따라 차분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한유총이 협박만 하면 온 나라가 끌려가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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