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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빌리자면 소파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입니다. 퇴근하고 들어와, 그리고 주말 내내 소파는 거실 침대가 됩니다. <천지창조> 그림처럼 리모컨 뻗어 텔레비전과 이리저리 접신하고 자다 깨다 온종일 소파와 혼연일체로 보냅니다. 그러다가 한심하단 눈빛 담긴 진공청소기로 옆구리 쿡쿡 찔리기도 하겠죠. ‘도는 개는 배 채우고 누운 개는 옆 채인다’는 속담의 요즘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일요일 밤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끝나면 주말도 끝이고 월요병 시작입니다. 뭘 했는지 모르게 주말은 지나가버렸고 내일 출근할 생각에 가슴 밑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우리는 늘 입버릇처럼 힘들다, 지쳤어 하며 소파에 널브러지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체력이 고갈돼 지친 것일까요? 직장에서 파김치로 돌아와 옷 벗을 기운조차 없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이, 친한 친구가 나오라면 순식간에 혈색이 돕니다. 신나게 옷 갈아입고 기운차게 뛰어나갑니다. 행복과 기쁨을 향해서. 그러니 열정과 기쁨은 또 하나의 숨겨진 체력일 것입니다.

게으름으로 늘어져 있는 사람이 얻을 몫은 없다는 속담 ‘누운 나무 열매 안 열린다’가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듯, 걸핏하면 눕는 이 또한 맺을 결실이 없다는 뜻이지요. 꿈도 희망도 없다면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쳇바퀴 같은 회의에만 머물다 갈 것입니다. 나무는 땅 밑으로 뻗는 뿌리보다 더 크게 위로 하늘로 잎과 가지, 둥치를 무럭무럭 키워 올립니다. 기쁨을 향할수록 더욱 생기를 얻습니다.

꿈과 열정은 삶의 햇볕이자 매일의 피로회복제입니다. 또 하나의 삶을 사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습니다. 꿈의 열매는 누구 손에 잡힐까요. 누워 내민 손일까요, 발돋움으로 뻗는 손일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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