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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실명이 처음 등장했다. 철도부품 납품업체에서 1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다. 검찰은 조 의원의 운전기사와 지인을 체포한 데 이어 다음주 중 조 의원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자살로 주춤하던 철피아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구조적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조 의원은 2008년 8월부터 3년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됐다. 검찰은 조 의원이 공단 이사장 재직기간 중에는 물론 의원이 된 뒤에도 부품업체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의원은 국회에 들어간 이후 철도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철도시설공단과 관련 납품업체 사이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삼표이앤씨의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 공법 상용화 과정에 맞춰져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중앙선 궤도 일부 구간을 PST로 시공했는데, 지난해 6월 코레일의 현장점검에서 균열이 발견돼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철도시설공단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적합’ 판정 대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표이앤씨는 이후 호남고속철도 구간에서도 PST 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납득하기 힘든 의사결정 과정에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도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만큼 아주 사소한 결함도 끔찍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부품 한 개조차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직자가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면 마땅히 엄벌해야 할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투명 테이프로 보수한 채 운행되는 코레일 무궁화호 (출처 : 경향DB)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관피아(관료+마피아)’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한국 사회의 적폐다. 검찰이 철피아 수사를 확대해 대대적인 정·관계 수사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비리 있는 곳에 단죄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에 따른 책임을 모면하고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수사여선 곤란하다. 조 의원 혐의를 일찌감치 포착하고도 7·30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소환을 미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행사는 공명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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