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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로봇물고기 사기극

opinionX 2014. 7. 31. 21:00

‘MB표 로봇물고기’는 4대강 수질 감시는 고사하고 물속을 제대로 헤엄쳐 다닐 수도 없는 불량품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57억원을 지원받아 수행한 ‘생체모방형 수중로봇 개발 연구 과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수온·산성도·전기전도도·용존산소량·탁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아예 달려 있지 않거나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영속도와 수중 통신속도도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군집제어나 위치인식 기능은 로봇물고기 9대 가운데 7대가 고장난 상태여서 측정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봇물고기의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현장에서 실증된 바 없을 뿐 아니라 4대강과 같은 광범위한 오염 측정에는 효용성이 없는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었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4대강 반대 여론을 돌파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고, 여당에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무장관을 지낸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까지 “로봇물고기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실토할 지경이었다. 타당성 없는 사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추진됐으니 결과가 뻔할 수밖에 없었다.

MB정권의 4대강 사업의 부속물인 '로봇물고기' (출처 : 경향DB)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했다. 로봇물고기는 기존 프로펠러식 수중로봇에 비해 소음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선진국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술이다. 소재공학, 정보기술(IT), 엔진공학, 배터리 기술, 전파·환경오염 탐지 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의 복합체로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연구·개발에 힘써야 할 분야인 것이다. 그런데 로봇물고기가 4대강과 결부돼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이를 선도적으로 개발해온 중소기업과 민간 연구기관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4대강 사업 이후 많은 토종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외래종이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 녹조 창궐, 큰빗이끼벌레 확산, 물고기 떼죽음 등은 이제 4대강의 일상사이자 풍경이 됐다. 4대강에 로봇물고기를 풀어 수질 감시와 생태 점검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싶다. 최근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서 강준치 400여마리가 배를 드러내고 떠올랐다. 환경당국은 원인불명이라고 말한다. 로봇물고기는 고장나 있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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