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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저녁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특집 대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KBS 기자와 인터뷰 형식의 일대일 대담을 통해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현안에 대한 입장과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소통 방식으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택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집권 3년을 맞아 여전히 숙제로 대두된 협치와 관련, 문 대통령은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가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전되고 있는 협의체를 어떻게 가동하고, 이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인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동 제안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사회원로와의 간담회에서 ‘선 적폐청산 후 협치’ 원칙을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정리했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협치의 복원을 위해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인사실패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명한 장관들이 일을 잘하고 있고,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에도 좋은 평이 많다고도 했다. 각종 도덕적 흠결이 논란이 되어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이미 과거 정부를 추월한 상황을 감안할 때 현실과 유리된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 단계에서 흠결을 밝히지 못했거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검증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판단하에서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책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K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경제에 대한 인식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컸다. 1분기에 마이너스 0.3% 역성장한 상황에 대해 “2분기 이후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고용도 “2, 3월에 각각 25만명 가까이 늘면서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일자리 목표를 당초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려잡았다고”까지 했다. “청년실업률도 나아지면서 고용의 질도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수출도 3월부터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도 6년9개월 만에 최저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낮아지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교역량 축소로 수출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으나 사회와 경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시민의 관심사나 애환을 가감 없이 전하고 대통령의 생생한 답변을 듣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용에서도 현실과 괴리가 없지 않았다. 이참에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 국정 쇄신을 위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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