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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자 전국의 각 시·도당과 당원협의회에 총동원령을 내려 1만여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었다”면서 “종북굴욕 외교 포기하라”라는 구호까지 선창했다. 해묵은 색깔론에 다시 매달리는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제1 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내팽개친 채 장외 투쟁에 나선 한국당의 처사는 무책임하다. 특히 한국당과 황 대표가 다른 주장도 아닌 색깔론으로 장외 집회를 뒤덮은 것은 공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황 대표가 그날 “청와대와 여당이 5년 전, 10년 전 과거 사건들을 죄다 끄집어내 야당 탄압할 구실만 찾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한 것도 문제가 많다. 자신이 총리를 지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사죄하는 기미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국정농단 책임론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자신이야말로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는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일반 시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황 대표 오른쪽) 등 지도부와 의원, 당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외 집회를 한 뒤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청와대 방향으로 가두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 문제인 것은 황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장외 투쟁에 나설 뜻을 시사한 점이다. 황 대표는 행사 말미 “오늘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으로, 앞으로 더 멀고 험한 길에서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문 대통령과 맞섬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황 대표가 비전과 정책으로 정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답습하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장외 투쟁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회에서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쓰던 극단적인 방법이다. 지금 여야 간 정쟁이 심화된 데는 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그런 원인을 제공한 한국당이 장외에까지 나선 것은 명분이 없다. 민생을 내팽개친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당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이다. 한국당은 당장 4월 국회 일정에 합의해 민생 현안을 챙기고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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