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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갖가지 의혹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맹탕 청문회로 진행되고 있다. 어제 이틀째 청문회도 황 후보자가 검증에 필요한 기본 자료를 내놓지 않거나 늑장 제출함에 따라 ‘깜깜이 청문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황 후보자가 “부끄러움이 없다”는 등의 의례적 답변으로 의혹을 회피해도, 이를 검증할 자료 자체가 없으니 온전한 청문회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황 후보자는 병역 기피, 전관예우, 증여세 탈루 등 심각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해명 책임을 미뤄왔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에서도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의혹을 반박할 증빙 자료나 근거를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자료 제출을 미루다가 당일 내놓는 방식으로 정밀 검증을 피했다. 이번 부실 자료 역시 자신의 해명을 재반박할 추가적 검증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 법조인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했던 수임 자료 문제다.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19건’의 자료가 청문회 첫날인 8일에야 국회에 제출됐으나, 공개 요건을 놓고 대립하다 어제 제한된 열람이 이뤄졌다. 인사청문 위원들이 자료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볼 시간을 빼앗은 꼴이다. 19건의 자문이 편법 ‘전화 변론’이 아니고, 전관예우 문제에서 떳떳하다면 왜 이렇게까지 자료 공개를 꺼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역 의혹도 마찬가지다. 황 후보자는 지난 10년간 단 4명이 병역 면제를 받은 ‘만성 담마진’이란 희귀병으로 면제를 받았고, 병적기록부에는 질병 판정을 받기도 전에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황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17년간 담마진을 앓았고 배경이 없는 집안을 내세워 병역 특혜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치료 내역을 포함해 어떤 근거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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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눈을 감은 채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황교안 청문회’를 이렇게 대충 넘길 순 없다. ‘메르스 사태’에 국민 관심이 쏠린 틈을 타서 부실한 답변과 자료 제출로 어물쩍 청문회를 넘기려 든다면 오산이다. 황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들에 한 치의 거짓 없이 소명해야 한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자격에 치명적인 병역 기피나 전관예우 의혹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 인준 통과는 꿈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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