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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우후죽순식으로 대책기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총괄 지휘할 책임자가 불분명해 혼선이 일고 있다. 국정의 구심점이 돼야 할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휘체계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기구 신설을 지시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과 리더십 부재가 우려스럽다.

정부가 그간 가동해 온 메르스 대응 기구는 5개다. 부처 기구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와 문 장관이 팀장인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이끄는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가 있다. 여기에 청와대 긴급대책반과 중앙안전관리위원회도 있다. 이름만으로는 어느 기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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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전문가 중심의 ‘즉각 대응팀’을 신설했다. “전문가들이 전권을 부여받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즉각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직이다. ‘옥상옥’ 기구를 연상케 한다. 또 기존 정부 기구들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헷갈린다. 컨트롤타워에 대해 정부 부서별로 말이 다른 것도 혼란스럽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최경환 총리 대행이라고 하지만,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이 실질적인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최 총리 대행이 “메르스 대응 창구를 복지부로 일원화한다”고 밝힌 뒤 박 대통령은 박인용 장관이 본부장인 ‘범정부 대책지원본부’를 방문하는 엇박자 행보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 총리 대행이 어제 제1차 범정부 메르스 일일점검회의를 주재해 컨트롤타워 구색을 갖췄지만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컨트롤타워 논란의 발원지는 대통령과 청와대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뒤로 물러서서 책임은 정부에 떠넘긴 채 “중앙과 지방정부 협력이 절실하다”는 등의 말만 되뇌는 한 혼란과 논란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메르스를 다스리는 방법은 하나다. 청와대에 안주하지만 말고 전면에 나서서 내각을 지휘하고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리더십을 발휘해 컨트롤타워 논란이 사그라지면 방미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보다 국민 불신을 씻어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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