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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무기 연기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따라 미·일 신밀월관계가 조성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미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청와대는 강조해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출국을 나흘 앞두고 방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속에 국민 안전 문제를 방치하고 해외순방을 떠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발생 한달여 만에 국익 차원을 강조하면서 원전 관련 행사 참석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출장을 강행하고, 세월호 1주기 때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섰던 전력을 감안하면 방미 연기는 달라진 선택이다. 이제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자각이 반영된 결정이길 바란다.

분명 정부의 초기 미숙 대응과 연이은 후속 대처 실패가 메르스 사태를 지금 같은 ‘괴물’로 키운 결정적 요인이다. 메르스 사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뒷북 대응으로 허우적거렸고, 대통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는 매번 뒤집어졌다. 메르스 전염력이 낮다는 것도, 자가격리만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3차 감염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한 것도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대책본부가 ‘메르스 감소세’를 장담한 어제도 확진환자가 13명 발생해 전날보다 증가세가 커졌다. 이러한 행태에서 야기된 ‘정부 불신’이 메르스보다 빠르게 불안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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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15년 6월 11일 (출처 : 경향DB)


불안 심리는 메르스 발병 20일이 지났는데도 컨트롤타워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서도 확산된다. 대통령이 뒤로 물러서서 “국가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이 절실하다”(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경제적 위축이 되지 않도록 협조 바란다”(9일 국무회의)는 등의 원론적인 당부만 하고 있으니 컨트롤타워 혼선이 걷히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유기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 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메르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라는 것이다. 방미 연기를 결정한 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메르스 종식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가적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 터이다. 그래야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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