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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어제까지 3일 동안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보고만 받으며 권한대행으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출마할지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주 중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그에 맞춰 자신의 출마 여부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지 여부는 그의 자유다. 그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구여권 인사로는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황 권한대행이 대선 경선에서 경쟁하면 흥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의 출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황 권한대행을 염두에 두고 대선 예비경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까지 제정, 당내 분란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황 권한대행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우선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실정에 너무나 큰 책임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온갖 비리가 황 권한대행이 총리로 또는 법무장관에 있을 때 저질러졌다. 박 전 대통령의 비리를 몰랐다는 것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책임이다. 법무장관 시절에는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정책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바로 황 권한대행 자신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 권한대행이 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면 달리 생각해볼 여지도 있겠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공평무사하게 국정을 관리했다는 본인 평가와 달리 시민들은 그가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연장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교과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을 강행, 국론을 분열시켰다. 국회에 출석하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인 모습도 보였다. 막판에는 박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을 거슬러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황 권한대행이 무엇을 했다고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에게는 탄핵 정국에서 내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맡겨졌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위반으로 대행체제라는 부담을 시민들에게 안겨준 것도 모자라, 황 권한대행이 대행의 대행체제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내팽개치고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그는 이미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다. 운동경기 심판이 선수로 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반칙이다.

행여 시간을 끌다가 보궐선거 시 공직자 사퇴시한(투표일 30일 전)에 맞춰 갑자기 후보로 나서는 일은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아니, 황 권한대행이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시민을 슬프게 한다.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권의 총리라면 내각 관리라도 잘해냄으로써 잘못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시원찮을 마당에 대선 출마라니. 그런 몰염치를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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