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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을 하루 앞둔 그제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노동자 3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자는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건물 옥상의 배기통로(덕트) 내부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면서 마스크나 방독면 등 호흡기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 전 내부 산소농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켰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한 데 따른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불변의 법칙처럼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유형을 이번 사고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사고는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로 판명되고, 피해자는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것이다. 2013년 3월 전남 여수 대림산업 사일로 폭발 사고에서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질소가스 질식 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산재마다 어김없이 적용되는 공식이다. 안전 펜스가 없어 용광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해를 걸러 반복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사고가 후진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SK하이닉스에서도 이번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D램 반도체 공정 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18일에는 절연제 용도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3명이 부상했다. 그때마다 시설을 교체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세웠지만 결과는 더 큰 사고로 나타났다. 제품 품질이 세계 최고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불과 1년 사이에 같은 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2015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건설업 부문 '현대건설(지난 10년간 110명), 제조업 부문 '현대 중공업'(지난 10년간 74명)이 선정됐다.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소속 회원들이 자료조사와 시민투표를 통한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 경향DB)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의 위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대기업은 위험한 작업을 싼값에 사내하청에 넘기고 하청업체는 안전관리보다 작업 일정에 치중하다 사고를 내게 되는 것이다. 산재사고로 원청 대기업이나 정부 관련 부처 책임자가 처벌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하청 노동자, 처벌받는 것은 하청업체와 하급 관리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원청 책임을 일부 강화하려 하지만 시늉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 1위국으로, 매년 2422명이 산재로 사망한다고 한다. 글로벌 선도기업이라는 데서도 원시적 산재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유해·위험 업무에 대해서는 사내하청을 제한하고 원청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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