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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25주년을 맞는 세계 노동자들의 날이다. 노동절인 5월1일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129년 전인 1886년 5월1일 하루 12~16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주급 7~8달러의 저임금을 받으며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던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의 실현을 위해 총파업과 함께 거리로 나선 날이다.

이날 경찰의 발포로 어린 소녀를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다음날 격분한 30만명의 노동자들이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헤이마켓 광장에 모여 규탄 집회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를 빌미로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폭동죄로 대거 체포했고, 5명은 사형, 3명은 장기형을 선고받게 됐다.

그후 1889년 7월 세계 여러 나라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파리에 모여 국제적인 연대기구인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를 갖고 5월1일을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는 3가지 연대 결의를 실천하는 날로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1890년 5월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5월1일을 메이데이(노동절)로 기념해 오고 있다.

우리의 노동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129년 전의 미국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나 경제규모는 진즉 세계 10위권 내로 진입하였고, 매년 우리 경제는 수백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지만, 재벌 대기업은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배당잔치만 벌이고 있다. 반면 노동조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면치 못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임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이직률과 고용불안, 최장의 노동시간, 최고의 노인 빈곤율과 남녀 임금격차, 최고 수준의 임금 불평등과 청년실업, 최하위의 단체협약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회원국 중 꼴찌이다. 고용이 경직된 것이 아니라 너무 유연(불안정)해 노동자들은 이제 장래의 삶에 대해 설계를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럼에도 자본과 정권은 ‘정규직 과보호’로 인해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고,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해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것의 결정판이 바로 지난해 12월29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다.

장연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이 26일 서울 소공동 서울중앙우체국 옆 광고탑에서 80일간 고공농성을 종료한 후 크레인을 타고 광고탑에서 내려와 병원을 가기위해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핵심은 간접고용을 확산하기 위한 파견대상 업무의 확대, 사내하도급의 합법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통상해고 요건 완화,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완화 등 근로조건의 개악을 겨냥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 규정마저 해체해 고용과 임금, 근로조건을 하향 평준화시키려는 자본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맞는 노동절의 현재적 의미는 바로 자본과 한몸이 되어버린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129년 전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쟁취를 걸고 거리에 나섰던 것처럼, 이 땅의 ‘장그래’들이 “반노동정책 폐기,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내걸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미래가 있는 삶을 쟁취하기 위해 사업장을 넘어 거리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노예노동의 사슬을 끊기 위한 장그래 대행진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권영국 | 변호사·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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