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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소방차가 처음 도착한 건 신고 후 7분이 지나서지만 구조작업은 도착 후 30분가량 돼서야 시작됐다. 폭 6m의 건물 진입로 양쪽에 있던 불법주차 차량 탓에 굴절사다리차 등이 500m 길을 우회해 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굴절사다리차나 고가사다리차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아웃트리거’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제천에서 가장 큰 스포츠센터로 9층 건물에 주차공간이 21대에 불과해 평소에도 불법주차와 교통난이 심각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 26일 오전 소방당국과 경찰이 합동으로 화재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초기 진압의 ‘골든타임’을 불법주차 차량으로 허비하면서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 셈이다. 불법주차로 화재 진압이 늦어져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서울연구원이 소방차 출동을 더디게 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불법주차가 취약건물 밀집지역이나 협소한 도로 등에 이어 세번째로 꼽혔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지적된 사안도 아닌 데다 이미 관련법안들도 제출돼 있지만 국회에서 심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도로 모퉁이나 소방 관련 시설주변을 별도로 표시해 주정차 위반 시 범칙금과 과태료를 2배로 부과하자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3월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에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고, 그나마 다른 쟁점법안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도록 계류 중이다. 화재진압에 불법주차 차량이 방해가 될 경우 소방관이 차를 부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한 영국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인데도 이나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여야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법안이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면 의원들은 대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소방안전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치권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협력해야 한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정도는 이제 갖춰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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