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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도 모자랄 만한 연말 귀중한 시간들이 연일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우리의 생명은 하나인데, 이렇게 온갖 사고로 비명횡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사회를 원망하고도 남을 만한 비탄스러운 일들이다.

낚싯배 사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공사장 타워크레인 붕괴 사건 등 한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파헤치고 대책을 내놓기도 전에 연일 일어나는 이 비극의 기원은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경찰이 투여되고 전문가는 소홀, 방심, 원칙 그리고 시민의식의 부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데, 더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인용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방송가의 멘트는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사라진다.

우리는 여러 재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자체부터 실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마 스티브 잡스를 데려다 놓았으면, 기존의 해결책 모두를 갖다 버리라고 했을 것이다.

1979년 스리마일에서 있었던 원전사고는 여러모로 사고 이후의 대처에 대해 귀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사고조사 과정에 조직심리학자를 포함한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파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직심리학자 찰스 페로는 스리마일 원전사고의 원인을 연구하여 ‘체계적 사고, 정상적 사고’라는 이론을 만들고, 세계적인 학자로 발돋움했다.

경찰과 해당 산업의 전문가만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반복되는 재난과 사고, 자연재해에 대한 터무니없는 대책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다른 시각, 시선, 다른 삶과 학문의 영역으로 탐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목전의 사회에서 불법 주차와 소방차 진입의 방정식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고,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협약식에 멋진 사인을 한 뒤로도 계속 자살방법과 유서를 그대로 방송하는 방송인들은 무엇이 목적인가. 대학병원에서, 대기업의 공사현장에서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원칙들 중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왜 그럴까?

<위험사회>의 울리히 벡도 그랬고, <정상사고>의 찰스 페로도 현대사회에서 기술적 문제와 의사소통 문제의 복잡성으로 인해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고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는 의사소통의 개선과 교육, 훈련 그리고 약자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밖에 없다고 했다.

오래전 아리스토텔레스는 나쁜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부도덕성에서 찾았고, 이 부도덕성이 발생하는 두 가지 이유를 사악함과 둔감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사악함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하고 도덕적 둔감함에 대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불법 주차, 선정적 보도, 의무의 소홀, 생명의 경시라는 작은 사악함은 넘쳐난다. 처벌은 미약하고, 또 사고 발생 책임자와 처벌자는 동일하므로 강력한 처벌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약자를 배려하고,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백년 만에 한 번 일어날 일이라 해도 서로 약속을 했다면 원칙대로 하는 모습은 부족하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여전히 둔감하다. 더구나 그 사고에 대한 슬픔조차도 전임 대통령과 상층 권력자들은 공감하지 못했었다. 그게 바로 이 사회가 헬조선인 중요 단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자체를 수선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의 당사자를 넘어선 새로운 해법을 갖는 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해서 더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론 온갖 헛소리에 망발 섞인 정치인들의 부도덕한 시정잡배식 발언도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해에 새로운 개념으로 정부가 한국 사회를 접근한다고 들었다. 새로운 개념이란, 지난 세기에 하지 않았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인 사회이다. 문제 해결 자체를 혁신하라! 이것이 새로운 2018년의 화두이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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