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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어제 집단 탈당해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신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친 뒤 첫 의원총회를 열어 주호영, 이종구 의원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뽑았다. 앞서 탈당해 있던 김용태 의원까지 합류해 의원 30명으로 출발한 신당은 내년 1월 말까지 조직을 정비한 뒤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보수 정치권이 보수신당과 새누리당으로 양분되면서 정치권이 4당 체제로 재편됐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민자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 체제가 만들어진 이래 20년 만에 다시 4당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 29명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시민들이 신4당 체제와 보수신당에 거는 기대는 분명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체제 또는 국민의당을 포함한 애매한 3당 구도를 허물어 대립 일변도의 정치 환경을 확 바꿔달라는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와중에도 시민의 뜻을 거스르며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원해온 친박계 새누리당이 원내 1당 지위를 내주었다. 새누리당 의석이 개헌 저지선(101석) 아래인 99석으로 줄고,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 의석이 국회선진화법 의결정족수 5분의 3을 넘김으로써 새누리당이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이념적으로 중도를 지향하는 정당이 두 당으로 늘고, 지역 정당의 굴레를 벗어난 새로운 정당이 탄생했다는 의미 또한 작지 않다. 다양한 정책으로 유권자들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대화·타협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높였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제기한 개혁 과제들을 입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4당 체제와 보수신당에 대한 회의 역시 상존한다. 이는 신당이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계 간 내홍의 결과라는 한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새누리당과 이념·노선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보수신당은 안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선 정국에서 원칙 없이 연대한다면 신당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모시기 경쟁이나 야합이 벌어진다면 4당 체제는 무의미해진다. 진정한 보수의 길을 걸으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천하는 것만이 신당과 4당 체제가 성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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