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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자 최씨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번 양보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답변 내용과 태도는 기가 찰 일이다. 최씨는 사익을 꾀하려고 정부와 청와대를 주물렀다가 국정 마비 상태로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 도깨비가 박 대통령을 홀려 일을 했다는 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앞줄 왼쪽)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이 26일 수감 중인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개최한 현장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고질이 재발한 점은 아쉽다. 의원들은 의혹을 재탕, 중복 질문을 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을 불렀다. 이는 국정조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문제로, 수사를 통해서라도 규명돼야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었다. 정·관·재계가 어떻게 최씨와 얽혀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그 민낯이 생중계됐다. 누리꾼의 실시간 제보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시민참여형 청문회 가능성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증인·참고인 출석 거부와 모르쇠 답변, 위증 등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형법상 ‘국회 회의장 모욕죄’ 형량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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