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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는 2022년까지의 인권정책 청사진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7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계획은 인권 보호 대상을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생명·신체를 보호하는 사회 △평등한 사회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 △정의 실현에 참여하는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회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공정한 사회 △인권의식과 인권문화를 높여가는 사회 △인권친화적 기업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 등 8개 목표, 272개 과제를 담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안전권’ 신설과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적시한 대목이다. 전자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서 제기된 요구를 반영한 것이고, 후자는 사회보장제도 강화 추세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인권정책 과제를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규 과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기본 토대를 마련하는 일을 잊어선 안된다.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밝히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이 정신에 따라 모든 생활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입법예고됐으나 ‘성적 지향’ 항목 등을 문제 삼은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수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사이 한국 사회의 소수자 인권은 크게 악화됐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공적 활동을 하는 시민운동가의 성정체성을 문제 삼고, 이주자와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가 일상화하는 터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3차 계획 역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방안 마련’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추진한다. 다만 통과를 자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쉽지 않은 판국에 이토록 소극적이어서야 되겠는가.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답게 소명의식을 갖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은 새로운 정부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이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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