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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사태의 30번째 희생자인 해고노동자 김주중씨의 49재가 지난 14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열렸다. 김씨의 삶과 죽음은 한국 사회의 ‘아픈 손가락’인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된 김씨는 그해 8월5일 파업 중이던 쌍용차 평택공장 옥상에서 경찰특공대에 집단폭행을 당하고 구속됐다.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씨의 오랜 해고 생활은 빚더미만 남았다.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친구 명의로 할부로 산 화물차를 몰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지난 6월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날도 밤새 화물차를 몬 뒤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라는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남겼다.

2009년부터 이어지던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죽음의 행진은 2015년 12월30일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후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노사 합의가 지켜지지 않자 지난해 5월 한 해고자의 아내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죽음은 김씨에게로 이어졌다. 그동안 복직이 이뤄진 해고자는 45명에 불과하고 김씨를 포함한 120명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복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죽음으로 복직 대기 해고자가 119명으로 줄었을 뿐이다. 회사는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당장 복직은 어렵다고 하지만 동료들은 사측이 복직 시한이라도 알려줬다면 김씨가 “그렇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를 비롯한 쌍용차 해고자들은 경찰이 제기한 약 1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09년 3~6월 사측이 작성한 100여건의 문건들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은 사측이 경찰·검찰·노동부 등과 함께 파업유도와 노조와해 계획을 세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이는 쌍용차 사태에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쌍용차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해당 문건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나서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복직과 손배소송 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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