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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노동자의 장례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 도중 숨진 지 58일 만인 7일부터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사과 등을 정부와 여당, 사측이 수용한 결과다.

김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사실상 방치했던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도 28년 만에 이끌어냈다. 내년 1월 시행될 김용균법은 수은·납·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작업과 유해물질의 제조·사용 등 위험·유해성 높은 작업의 사내도급이나 하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따른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故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돼있다. 故김용균씨의 장례식은 7일부터 9일까지 3일장으로 치뤄진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그러나 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김씨 빈소를 태안에서 서울로 옮기고, 집회와 단식농성을 통해 ‘도급범위 현실화’ ‘진상규명 및 처벌강화’ 등을 호소해 왔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호소를 받아들여 ‘진상규명위원회의 운영’ ‘공공기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정규직 전환’ ‘사과문 발표’ 등 후속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 아쉬움은 많다. 당정이 내놓은 안을 보면, 김용균씨가 하던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핀셋 대책’에 머물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규직 전환도 발전소 직접고용이 아닌 5개 발전사의 통합자회사나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원청의 의무를 하청에 떠넘기는 위험의 또 다른 외주화와 다를 바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구조적 원인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진상규명위가 오는 6월 말까지 가동된다는 점이다. 김용균법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빠졌던 350만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도급 금지업종 확대와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보장할 사용자 벌칙규정 도입, 부당노동행위에 대항할 하청노동자에 대한 노동조합 활동 보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생명·안전 업무기준의 수립·이행 등을 이제라도 살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 해 수만명에 달하는 산업재해 피해 책임만 하청에서 원청으로 바뀔 뿐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고 김용균씨가 남긴 과제도 영원히 풀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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