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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사는 조슈아 후타가룽(33)의 양철 지붕을 뚫고 운석이 들어와 마당에 박혔다. 관 짜는 일을 하던 조슈아는, 맑은 날이었는데 하늘에서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며 운석을 파내보니 여전히 따뜻했다고 말했다.(2020·11·20 연합뉴스)”

산에 가지 못하고 주말에도 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최근에 접한 운석에 관한 저런 웅장한 뉴스를 떠올리며, 어릴 적 별똥별의 그 낙하하는 곡선에 소원을 얹어두었던 기억과 함께 안산 자락 아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으로 간다. 눈이 돌아갈 만큼 휘황한 전시품들 사이 한구석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운석 체험, 만져보세요. 철질운석(Iron meteorite)/운석명:Campo del Cielo/산출지:아르헨티나/크기:24×18㎝/무게:15.38㎏>.

운석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고체 파편이 대기에서 살아남아 지구 표면까지 도착한 물질의 총칭이다. 생명의 흐름에서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으로 피투된 인간하고 우주에서 지상으로 불시착한 운석은 어쩌면 그 운명이 닮은 물체가 아닌가. 마음대로 만져도 괜찮다는 안내문에 따라 도난방지용인 듯 탯줄처럼 긴 쇠줄에 매달린 운석을 보다가 만지다가 쓰다듬다가 번쩍 들어 품에 안아보고자 하였다. 그래도 이 지구에서 연속적으로 무사히 오늘까지 살아온 깜냥이 내게도 있는데, 요 정도쯤이야 싶었던 것이다.

어이쿠, 생각보다 대단했다. 우주는 공기보다 가벼운 허공일진대 그것을 통과한 운석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산이나 들에서 뒹굴고 있는 같은 크기의 돌과는 급이 다른 질량이었다. 우주선이 꽁무니에서 추진력을 뿜어내듯 엉덩이 아래로 안간힘을 발사하고서야 겨우 들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던 내 인생의 3~4초간 두 가지 생각이 일어났다. 드는 건 곧 뜨는 것인가. 그간 나를 지배했던 무거움에서 벗어나 지구를 뜨고 싶다는 의지, 웬 따뜻한 운석 하나 내 창문을 뚫고 찾아줄까 하는 기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운석은 운석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굴기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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