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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해저 지진(쓰나미)은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자연재해이지만, 뒤이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다른 문제였다. 원자력 안전을 책임져야 할 당국자들은 제일 먼저 도망을 쳤고, 정부의 대처는 우왕좌왕 호들갑만 떨었지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도쿄전력은 앞으로 원전 사업을 하지 못할까봐 미국의 기술 지원조차 거부했다. 이윤에 미친 자본과 시스템은 결국 후쿠시마 제1원전 수소 폭발을 방치했다.

마지막까지 원전 현장을 지킨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멜트다운(원전 노심 용해) 상황에서 핵 연료봉 온도를 낮추려 엄청난 방사능 피폭을 감수하며 원전의 중심까지 접근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무능한 정부와 너무도 대비되었다.

지금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윤에 미친 자본가들의 탐욕 때문이었고, 뒤이어 구조작업에 완전히 무능한 정부를 보고 있다.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인명을 구조하다 스러져간 이들은 승무직 선원 노동자와 단원고 교사 노동자였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 무능한 정부와 탐욕스러운 자본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려 했던 언론 노동자들은 데스크에서 진실이 가위질당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이들은 진실 옹호가 아니라 권력만 비호하는 방송사의 행태에 맞서 자신의 직을 걸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나서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반성’이었다.

그래서 언론 노동자들 일부는 불량 보도가 아니라 직접 양질의 보도를 생산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뉴스K(국민뉴스), 고발뉴스 등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고 있다. “불량 증축만 사고를 부르는 게 아니라 불량 보도도 참사를 일으킵니다.”

스스로의 반성 속에서 부정한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떳떳한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지금 언론 노동자들이 직접 생산하는 양질의 뉴스들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유튜브 조회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 이들 뉴스를 애청하는 내가 다 뿌듯해진다.

작업별 시간제 노동자 현황 (출처 :경향DB)


“의심스러우면 되물어야 한다고,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마찬가지로 전국의 1만5000여 교사 노동자들도 ‘반성’의 목소리를 출발로, 자신의 직을 걸고 탐욕의 시스템에 맞서기 시작했다. 권력이 지시하는 불량교육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고 살았다. 선실 증축과 선박 검사를 맡았던 노동자들 역시 알면서도 지나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실을 눈감지 않으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4월16일을 기점으로, 이제 노동자들이 한국의 역사를 새로 쓰자.

어떤 자동차 공장에서는 휴일마다 특근을 하느라 수많은 일당직 ‘알바’들이 투입된다. 이렇게 조립된 자동차들이 과연 안전할까? 대학병원에서조차 간호조무사들에게 관장 등 의료행위 일부를 떠넘기기도 하고, 한번 쓰고 버려야 할 의료기구들을 살균해 다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규인력 채용은 하지 않고 기존 인력을 혹사시켜 비용을 줄이려는 탐욕의 시스템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모두가 죄인일 수밖에 없는 지금,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자. 그동안 그냥 지나쳐왔던 점을 반성하고 탐욕의 시스템에 맞서겠노라고. 부실과 불법에 폭로의 번개를 내리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가장 떳떳한 이들로 거듭나자. 감시를 포기한 정권과 이윤만을 탐하는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안전과 생명의 마지막 수호자 아닌가.


오민규 |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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