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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치를 정치인과 지식인들 사이의 논란과 비판의 대상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된다. 새 정치를 참으로 갈망하고 구현코자 한다면 그러하다. 우리네 삶에서 논란과 비판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세력과 세력이 경쟁하는 정치의 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의도했든 아니든 논란과 비판을 앞세우다 보면 대부분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리 되면 먹고사는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원하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가는 안철수 의원의 최근 행보는 실망스럽다. ‘안철수 새 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서둘러 재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실패를 예측하거나 선언해버리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서 4·19 혁명, 5·18 항쟁,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신 계승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자고 했다.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정치세력을 포함한 야권 전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정치’. 안 의원이 새 정치라 이름 붙이고 해 온 정치는 논란을 일으키는 정치다. 이번의 정강정책 논란 이전에도 그러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초 단위 공천제 폐지를 갖고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통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지금은 정부·여당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안의 한시적 수용을 제안하고 나서 또 논란 중이다. 논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논란할 것과 논란하지 않을 것, 그리고 논란할 때와 논란하지 않을 때를 제대로 구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뭔가 제안할 때마다 논란을 일으키는지라 도대체 언제 민생을 챙기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정세적 계기를 만들고 힘을 키울까 싶다.

담소나누는 안철수-윤여준-윤장현 (출처 :경향DB)


안 의원의 새 정치를 비판하는 이들, 특히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논란의 회로에 갇혀 있다. 안 의원의 이런저런 제안에 대해 ‘그게 새 정치냐’ 반문하고선, ‘아니다’ ‘틀렸다’는 비판에 기대어 논란을 키워 왔다. 안 의원을 마치 시험 보는 학생 취급하면서,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는 정답을 갖고 점수를 매기려는 싸늘한 채점관들 같다.

이들의 정답은 ‘4·19, 5·18, 6·15, 10·4 정신 계승은 새 통합야당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명기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정수는 국가 규모를 감안했을 때 오히려 늘려야 한다’ ‘정당정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기초 단위 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성격이 다른 별도의 것이기에 연계해선 안된다’ 등등이다. 이것이 정말 고정불변의 정답일까? 설사 정답이라고 해도, 안 의원의 새 정치가 과연 그 정답을 따르지 않아 실패하는 것일까? 혹은 그 정답을 따르면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이들은 안 의원의 리더십 스타일을 지적하기도 한다. 홀로 - 혹은 소수 최측근과만 의논해 - 결정하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의 리더십 스타일을 탓한다고 달라질 게 도대체 무엇인가? 갑자기 안 의원이 다른 사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안 의원이 다른 사람이 된다면 새 정치의 실패를 막고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단 말인가?

새 정치를 ‘책임정치’의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 에릭 프롬에 따르면, 책임은 배려와 관심 속에 타인의 요구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다. 새 정치에 관계한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행여 자신들이 중시하는 문구와 제도와 규칙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자칫하다간 새 정치가 낡은 정치의 다른 이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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