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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대구시, 세종특별자치시 등에서는 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를 6급 소방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 대형로펌에서 받는 연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의식 있는 법조인들이 소방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그들을 향한 소방관들의 기대치가 높다.

2013년 개봉된 영화‘변호인’에서 영화 속 인물 송우석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법정 명대사로 무려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소방이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우리의 변호사들에게 소방관들의 기대가 큰 것은 어쩌면 영화 속 송우석 변호사처럼 “대한민국의 안전은 소방관에게 달려있고, 그 안전은 소방관의 행복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우리 소방관들을 안전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 변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상황에서 모든 생명을 구하고 싶지만,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지 못하는 좌절감을 맛볼 때도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에서 모든 이들의 바람과는 다른 원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면 소방관은 쉽게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년 미국에서는 많은 소방관들과 소방서가 다양한 소송에 연루되고 있다. 이러한 소송으로 인해서 시간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현장 활동을 할 때에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소방의 역할이 방대해짐에 따라서 다양한 소송에 연루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률은 소방관들에게 긴급 상황에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소방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해 주었고,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며, 구급업무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관리 감독하고, 소방관련 시설들이 정상작동 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안전의무를 강행할 수 있는 힘도 마련해 주었다.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하지만, 권한이 주어지면 의무도 따르게 마련이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활동들이 다 민원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늑장출동, 현장에서의 원활하지 못한 화재진압, 구조 및 구급활동,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업무와 관련된 자격 미보유, 화재 완전진압 주의의무 소홀로 인해 2차 출동 및 피해 가중, 소방차량 조작미숙, 차량점검 및 정비소홀로 인해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소방차, 현장지휘관의 지휘미숙, 화재조사 및 사후처리 과정에서의 무성의한 대답이나 고압적 자세, 소방검사 소홀, 관계자 교육 부재 등을 이유 삼아 언제라도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또 다른 민원과 소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많은 소방관이 소송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았다. 그들 중 일부는 재판에서 상당 부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어 업무상 과실치사 및 금고형 또는 집행유예를 판결받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소방공무원으로써의 경력에도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방공무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보여주었다. 한 예로 2009년 광주소방안전본부에서는 당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판례 등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담은 ‘소송관련대비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모든 활동을 함에 있어서 소방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법적권한과 그 권한에 따른 책임의 한계를 분명하게 숙지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소방관의 변호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어렵지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해 준 그들의 결정과 전문성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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