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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다양한 국적의 민간항공기와 군용항공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진흥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평균 발생하는 항공기사고는 대략 5건에 이른다고 한다.

항공기사고의 주된 원인은 조종사의 과실, 엔진 고장과 같은 기계적 결함, 악천후, 정비 불량, 항공관제 실수, 의사소통 미숙, 화물 비행기의 과적, 테러 등이다.

항공기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사고의 성격상 효과적으로 초동대응 하기가 대단히 곤란한 재난중 하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수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14년 7월에도 세월호 참사현장 지원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도 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의 소방헬기가 추락하면서 미처 초동대응도 하기 전에 탑승하고 있던 소방대원 다섯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방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대한적십자사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여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비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항공기가 주거밀집지역으로 추락하게 된다면 이는 곧바로 대형복합재난으로 확대되어 인명구조 및 효율적인 응급의료 프로세스 구축 등 다양한 기관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의 초동대응기관인 소방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 역할이 중요한 만큼 소방대원들에게 미치는 위험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안전처 훈령 제1호인‘항공기사고에 따른 수색구조 운영규정’에 보면 소방의 역할이 개괄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현장에 출동해서 수색구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기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따라서 항공기사고로 인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첫 번째로는 현장지휘관의 우선순위 설정이다. 현장지휘관이 항공기사고에 대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항공기사고 현장에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화재는 물론이고 파손된 동체 속에서의 인명구조 그리고 항공기에 적재되어 있는 각종 위험물질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협한다.

현대식 항공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aluminum alloy)이나 마그네슘 합금(magnesium alloy)은 쉽게 불이 붙지는 않으나, 일단 불이 붙으면 아주 격렬하게 반응하며 쉽게 진화되지 않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항공기 추락으로 인한 충격으로 누출된 연료나 항공기 내부의 가연성 내장재가 화염에 노출될 경우에는 현장진입은 물론 인명구조도 어려워 질 수 있다.

게다가, 항공기에 위험물질이 적재되어 있을 경우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떤 위험물질은 물과 반응해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어떤 위험물질이 적재되어 있거나 누출되었는지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한 안전거리확보 및 누출된 위험물질에 상응하는 화학복 착용도 고려해야 한다.

현장지휘관은 위와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항공기사고 대응 및 수색구조’와 관련된 자격과정 개발과 커리큘럼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항공기사고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이 매년 관련분야에 관한 필수교육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항공기사고에 따른 수색구조 운영규정’에 따라서 기본교육, 정기교육 및 직무교육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119구조본부에서 ‘항공기 수색구조 전문교육’과정을 진행해 오고 있으나, 향후 항공기사고의 추세와 더욱 커진 소방의 역할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전문 과정을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아울러,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관내 공항소방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깊이 있는 실무교육을 진행한다면 보다 내실 있는 교과과정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국적의 항공기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적절하지 못한 초동대응은 국제적인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기준에 맞는 대응매뉴얼 마련과 해외 관련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교류해서 우리 소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항공기사고의 특징은 실체가 거의 소멸되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방대원들은 국제민간항공협약에 의거해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포함한 기타 증거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증거물 보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의 사고사례 등이 반영된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해서 정기적으로 항공기사고에 대한 사전계획 및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용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한 공항에서는 이륙하려던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 끝 철조망을 뚫고 나가 인근 고속도로를 지나던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보잉 737 기종이 사람이 타고 있던 차량 위에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50t이 넘는 비행기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함과 동시에 인명도 구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항공기사고는 그야말로 우리 소방대원들에게 많은 도전과제들을 안겨준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항공기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은 결국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밖에는 없다. 거기에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장비 및 훈련시설 건립도 지원되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의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시설 마련, 필수장비 보유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사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번 기회에 관계기관과의 유무선 통신망도 점검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항공기사고 대응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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