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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오직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남들이 일하면 같이 일해야 했고, 모두가 쉴 때 같이 쉬어야 했다. 왜냐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뒤쳐진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가 시간적, 거리적 관점에서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고 인터넷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성에 대한 추구는 이미 자연스러운 삶의 한 방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획일성이란 달콤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10대들은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에 수능이라는 제도권 안에 갇혀 지내다가, 20대가 되면 남들과 같이 대학을 가고, 이 시기에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도 마쳐야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치열한 취업경쟁 속으로 뛰어든다. 같은 학원에서 같은 책으로 공부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땀 흘린 노력과 거기에 간발의 차이라는 운까지 따라주면 비로소 직장인이 된다.

그렇게 직장인이 되어서도 승진, 육아, 주택마련, 건강, 노후대비라는 고만고만한 고민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른다.

요즈음의 대한민국은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사고방식, 경력 그리고 자격을 가진 소방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미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 몸짱소방관, 자격증을 많이 보유한 소방관, 사람을 살리는 부부소방관, 음반을 발표한 소방관, 시(詩)를 쓰는 소방관 그리고 소방관 마술사도 있다. 또한, 자신만의 분야에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확실히 요즈음의 소방관들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거나, 그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소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추구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시대는 대한민국 소방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는 소방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조직운영의 당연한 원리로 여겨졌던 단일화, 획일화, 범주화 등에서 과감히 탈피해 이제는 우리 소방관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의 힘에 주목해야 할 때다.



다양한 소방관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가치의 하모니는 분명 대한민국의 안전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끌어 갈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될 것이며, 이것이 곧 소방조직의 힘이 된다. 다시 말하면, 소방관들의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견고히 만들어가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소방조직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획일적인 시각으로 우리 소방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불이 나지 않으면 그저 소방관들이 할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는 견해 말이다. 그래서 훈련을 위한 훈련을 지시하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한 불필요한 업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발상으로 오히려 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방관들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한, 소방관을 마치 군대에 갓 입대한 병사들처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방관들은 119라는 옷을 입기 훨씬 이전부터 자기 스스로 봉사자가 될 준비를 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을 기존의 범주에 맞추어 획일화된 사람으로 틀에 찍어 만들어 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소방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누구나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특히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급적이면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 이끌어가고 싶은 유혹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 의미 없는 문서만을 생산해 내거나, 신뢰할 수 없는 통계수치에만 의지하는 등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탁상행정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는가?

조직의 구성원에 대한 다양성은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분명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온 방식도 제각각이고 장점과 능력도 다양한 우리의 소방관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전이 달라질 수 있다.

화재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절대가치는 기본으로 하되, 그 접근방법은 다양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소방조직 변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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