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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시 중심가 입시학원 건물에 비행청소년을 교육하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가 입주하려 한다면 지역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혐오시설로 규정한 후 불량한 학생들로부터 자녀와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결사반대를 할 것이고, 결국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할 것이다. 다시 말해 공교육에서 일탈한 아이들이 대안교육의 기회를 얻어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과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고비용의 학교 밖 사교육은 공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사는 동네 집값이 떨어지면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데 지장이 있으니, 우리 집 뒷마당에서 나가 달라는 말이다.

방과후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가정에서 자란,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반면 학교에 잘 가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학교 부적응 학생들로, 불건전한 유흥문화와 비행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일반적으로 이 아이들을 위기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이 아이들은 성적으로 줄 세우는 획일화된 공교육에서 소외된 나머지, 자신들이 가진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표출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공부와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쉬는 시간에는 학우들을 괴롭히는 등 습관적으로 학교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는 벌점과 봉사활동의 징계를 통해 문제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법무부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 대안교육을 의뢰한다.

중학교 3학년인 ㄱ군은 학교폭력으로 안산센터를 찾아 5일 동안 대안교육을 받았다. 아버지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가 식당일과 건물청소로 번 일당과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ㄱ군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술·담배를 배웠고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 다른 아이들의 금품을 갈취하는 놀이터가 되어갔다. 5일 동안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ㄱ군의 얼굴은 밝아지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학교폭력 등의 이유로 특별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18일 경기 안산시의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강당에서 언어폭력, 왕따 등을 소재로 상황극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청소년비행예방센터는 위기 청소년들을 벌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 모든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는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의 꿈은 경찰관이 되고, 청소년상담사가 되어 자신들처럼 방황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자동차 정비사가 되어 사람들의 차를 고쳐 주는 것이다. 직업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청소년꿈키움센터이다. 학교 교실에서 잠만 자던 문제아들이었지만 얼마나 창의력 넘치고 재기발랄한 아이들인지 보여주고 싶다. 그러니, 이제 뒷마당의 문을 열어 달라.


최원훈 | 법무부 안산청소년 꿈키움센터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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