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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한 번쯤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가 자신의 능력에 합당하기 때문에 맡겨진 것인지, 또는 조직 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만큼 자신의 능력이 되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승진한 경우, 스스로 승진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진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클렌스와 수잔 아임스는 ‘사기꾼 증후군’(imposter syndrome), 일명 가면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심리 현상을 연구했다. 이것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또는 자신이 만든 업적을 능력이 있어 달성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거나 타이밍이 좋았다고 여기는 등 자신의 성공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성공을 외부요인에 둘 때 나타나는 심리 현상으로 보았다.

필자의 경우 승진했을 때,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책을 출간했을 때에 능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되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었다. 돌이켜 보면 비록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겠지만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가 말한 것처럼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을 벌하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완벽에 대한 집착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스스로의 능력을 돌아보는 생각마저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아니 생각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능력이라기보다는 능력 외적인 요소에 의해 일이 성취되다 보니 스스로에게 자문할 것이 없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느 조직에서나 주요 위치에 점차 포진하게 되는 데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속 승진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시장에 좋은 품질의 화폐와 나쁜 품질의 화폐가 동시에 존재할 때 품질이 나쁜 화폐만 남고 좋은 품질의 화폐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조직관리로 말하면 제대로 된 인사가 되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사람만 남고, 능력 있는 사람은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자질이 높은 사람은 조직에서 사라지고 자질이 낮은 사람들만 남게 된다.

호수에 떨어진 먹물처럼 곧 자취를 감추겠지만 결국 조직의 환부가 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러나 이것이 누적되면 사회든 조직이든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에는 ‘피터의 원리’처럼 정말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능한 사람이 계속 승진하는 모순이 발생된다.


임창덕 | 농협 이천 농정지원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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